“우리는 무엇을 먹는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식생활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서, 정체성·가치관·소비 행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옴니보어(Omnivore)’라는 개념은 더 이상 생물학적 정의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식생활을 중심으로 확장된 옴니보어 라이프스타일은 오늘날 다양성과 유연성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합니다.
1. Omnivore: 생물학적 개념에서 문화적 정체성으로
옴니보어(Omnivore)는 원래 생물학적 분류로, 동식물을 모두 섭취하는 잡식 동물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인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전형적인 잡식 동물이며, 이는 다양한 음식 자원에 대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식생활은 계급적 취향을 반영한다”*고 말합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라기보다 사회적 지위, 문화 자본, 미적 감각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옴니보어는 단순한 ‘잡식자’가 아니라, 음식과 소비, 문화에 대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닌 개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다양성 수용의 태도: 음식에서 소비로
옴니보어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선택의 유연성’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들은 특정한 식단(예: 비건, 키토, 팔레오 등)에 국한되지 않으며, 상황과 맥락, 건강 상태, 윤리적 판단 등에 따라 다양한 식품군을 유연하게 선택합니다. 이는 일종의 **‘플렉서블 푸드 아이덴티티(Flexible Food Identity)’**로, 한 가지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소비자의 경향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이 경향은 음식 너머로 확장됩니다:
- 패션: 기능성과 미학, 윤리적 소비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며, 한 브랜드나 트렌드에 종속되지 않는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 여행과 여가: 전통과 로컬리티(locality)를 존중하면서도 글로벌한 시각에서 다양한 문화를 탐색합니다.
- 정보 소비: 특정한 미디어 편향 없이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고 교차 검증하는 습관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옴니보어는 이처럼 ‘열린 태도(open attitude)’와 ‘복합적 정체성(plural identity)’을 바탕으로 삶을 재구성하는 소비자 주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윤리적 옴니보어: 무엇이든 먹지만 아무거나 먹지는 않는다
중요한 점은 옴니보어가 무분별한 잡식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옴니보어는 ‘모든 것을 수용하되,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기준 아래에서 선택’합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 이 음식은 어떤 환경적 영향을 미치는가?
- 이 제품은 공정하게 생산되었는가?
- 이 소비가 나와 타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따라서 옴니보어는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로서의 면모도 함께 갖추고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현재의 문화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4. 결론: 옴니보어는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다
옴니보어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철학이자, 삶의 여러 영역에서 유연하게 정체성을 구성해나가는 전략입니다. 이는 획일성과 이분법에 대한 저항이며, 고정된 규범 대신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는 **‘현대적 혼종성(modern hybridity)’**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비건과 육식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대신, 건강·윤리·문화적 취향에 따라 유연하게 식단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세계를 대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 참고 문헌 및 추천 읽을거리
- Bourdieu, Pierre. Distinction: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
- Fischler, Claude. Food, Self and Identity.
- Pollan, Michael. The Omnivore’s Dilemma: A Natural History of Four Meals.
이 포스트는 옴니보어적 삶의 태도를 탐구하려는 분들, 특히 음식과 소비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프레임을 제공하고자 합니다.